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창작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동의 없이 작품이 AI에 학습되는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이슈를 넘어 창작자의 생존권과 직결된 심각한 사안입니다. 웹툰, 일러스트,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학습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명확한 법적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이 무단으로 활용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은 AI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장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AI 학습 저작권 문제의 실태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겠습니다.

웹툰 창작자들이 직면한 AI 학습의 양면성
8년 경력의 웬디고 씨는 싱가포르 제작사와 함께 서유기를 바탕으로 웹툰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는 캐릭터 디자인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판권은 현지 회사가 가져가는 구조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웬디고 씨도 AI를 적극 활용하는 창작자 중 한 명입니다. 중국어 대본을 실시간으로 번역해주는 AI는 물론, 채색 작업에서도 AI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이 이미지의 캐릭터들의 원본에 웹툰 2도 명함을 그려주고 하이라이트도 넣어서 그려줘"라고 명령하면, AI가 자동으로 채색 작업을 수행합니다. 예전에는 두세 시간이 걸리던 작업이 AI를 통해 대폭 단축된 것입니다.
만화의 생동감을 불어넣는 채색은 과거에 따로 채색 작가를 둘 만큼 중요한 공정이었습니다.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이 분야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웬디고 씨는 "AI 같은 경우 이제 뭔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도 드는데 한편으로는 작가들이 손해 보는 것도 있을 거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웹툰 작가들 중 채색을 전반적으로 담당하던 파트 담당자들은 많이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웬디고 씨는 캐릭터 개발만큼은 AI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는 AI에게 샘플 제작을 맡겨본 경험에 대해 "너무 정적이었고 생동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평가합니다. 개성 있는 하나의 캐릭터가 탄생하기까지는 창작자의 시간과 노력, 치열한 고민이 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 고유의 스타일이고 어찌 보면 본인이 그동안 공부해 온 노력의 결과물"이기에, 1억을 준다 해도 자신의 스타일을 팔지는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창작은 내면의 생각을 끌어내서 잘 정리하고 버무려 표현해 내는 과정입니다. 이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생각의 고통이 따르는 작업입니다. 그런 창작물이 자신도 모르게 함부로 가공되고 사용되어 대중화되는 것에 창작자들이 당황스러움과 분노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AI는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창작의 핵심인 개성과 독창성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현장 창작자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네이버 웹툰 계약서 논란과 창작자 불안
고등학생 일러스트레이터 2호의 작품은 형광 네온빛을 활용한 강렬한 색감이 특징입니다. 그는 우주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전시하며, "채도 높은 색깔끼리 모이면 되게 화려해지고 조화롭게 되는구나"를 깨달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개발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2호는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접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왔습니다.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2호는 최근 팬들로부터 뜻밖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한 AI 사이트에 학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당 AI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본 2호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이트에는 '2호 네온 스타일' 항목이 있었고, AI가 2호의 작품을 학습해 서비스하는 이미지들이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춤추는 모습을 그려 달라고 직접 요청해 보니,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색감 같은 게 이렇게 비슷하게 뽑힐 줄 몰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2호가 배경을 그릴 때 사용하던 효과까지 그대로 학습되어 있었습니다. 현재 유료 멤버십까지 운영 중인 해당 사이트는 2호에게 데이터 사용에 대한 허락을 구한 적도, 대가를 지급한 적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I 학습 피해를 호소하는 창작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창작자들의 두려움은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에서도 싹트고 있습니다. 한 웹툰 작가는 "동료 작가님들이 불안함을 좀 호소하시면서 계약서에 뭔가 좀 이상한 내용이 있다. 이거 우리가 서명을 좀 해도 되는 거냐 이런 식으로 저한테 고민 상담을 많이 하셨다"고 전합니다. 문제의 조항은 제4조 '콘텐츠의 연구 목적 활용'입니다. 네이버 웹툰이 콘텐츠 원화를 가공해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이를 내외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작가들은 "AI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우려를 표합니다.
실제로 네이버 웹툰은 AI와 웹툰을 접목한 서비스를 여러 차례 선보여 왔습니다. 네이버는 "생성형 AI가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며 "특정 작가의 이미지를 학습해서 그 특정 작가가 쓸 수 있는 그 작가만을 위한 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창작자를 위한 기술이라는 설명이지만, 작가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습니다. "말로는 작가들의 편의를 위해서 개발하고 있다고 하는데, 본인들이 작품 만들고 우리를 완전히 대체하려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네이버 웹툰측은 연구적 활용 조항은 AI 학습을 위한 것이 아니며 작가 동의 없이 학습에 활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창작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법적 기준 부재와 창작자 보호의 필요성
저작권 분쟁을 다뤄온 전문가는 계약서가 더 명확해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창작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조항만 봤을 때는 그럼 이 데이터셋을 구축을 해서 어디에다 쓰겠다는 것인지, 그래서 이거를 AI 학습에 쓰지 않겠다고 보장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이런 점이 지금 확답이 안 됐다고 느끼실 거예요." 전문가는 네이버가 "AI에 대해서 학습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면책되지 않는다. 별도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을 거다"라고 명시한다면 작가들이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합니다.
웹툰뿐만 아니라 음악, 소설, 뉴스 기사까지 다양한 창작물을 둘러싼 AI 학습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AI 학습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애초에 그 양질의 데이터가 존재할 수 있는 거는 저작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처럼, 양질의 데이터를 만들어낸 저작자가 있고 그 저작물이 입력됨으로써 우리가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저 양질의 저작물들을 계속해서 우리가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를 AI 기업들이 고민을 해야 될 거 같다"는 조언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당한 대가를 주고 사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저작자들을 오히려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됩니다. 대중화된 창작물이더라도 창작자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은 분명 문제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AI에게 창작자의 동의 없이 학습한 것이 정말 문제가 될까요? 일반 개인이 전문가가 되려고 할 때, 많은 전문가들의 것을 보고 배우고 읽고 익히며 학습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듯이, AI도 그런 것과 같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 윤리적 논의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인간의 학습과 AI의 학습을 동일선상에서 볼 수 있는지, 창작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법적, 사회적 제도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 또는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문가의 말처럼 "대립 구도로 가면 안 된다"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AI 기업과 창작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기술 발전을 막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AI 학습 저작권 문제는 단순히 기술과 법의 문제를 넘어 창작 생태계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이슈입니다. 창작자들의 노력과 시간이 담긴 작품이 정당한 보상 없이 활용되는 현실은 분명 개선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AI 기술의 발전도 막을 수 없는 흐름입니다. 중요한 것은 창작자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과 창작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빠르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제도를 정비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