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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산 효율의 진화 (뉴로모픽, PIM, 칩렛 구조)

by 현큐레이터 2025. 10. 17.

AI 반도체 산업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얼마나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했지만, 이제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하고 구조를 혁신하며 확장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엔비디아의 GPU가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전력 소비가 너무 크고 비용이 높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로모픽, PIM, 칩렛이라는 세 가지 혁신 기술이 차세대 AI 연산의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기술들이 무엇이며 어떻게 AI 반도체의 미래를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AI 연산 효율

뉴로모픽, 인간의 뇌를 닮은 AI 반도체의 혁명

뉴로모픽 반도체는 이름 그대로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칩입니다. 우리 뇌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되어 동시에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기존의 컴퓨터 칩인 CPU나 GPU는 명령어를 하나씩 순서대로 처리하는 직렬 방식이지만, 뉴로모픽 칩은 뇌처럼 수많은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병렬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런 차이가 엄청난 효율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기존 GPU로 이미지를 인식하려면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지만, 뉴로모픽 칩은 같은 작업을 훨씬 적은 전력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텔이 개발한 로이히 칩은 기존 CPU 대비 전력 효율이 1000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인텔의 로이히, IBM의 트루노스, 삼성의 신경망 모사 메모리 칩이 대표적인 뉴로모픽 반도체입니다. 이들 칩은 수십만 개의 인공 뉴런과 수억 개의 인공 시냅스를 전자회로로 구현했습니다. 마치 뇌의 신경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듯이, 이 인공 뉴런들도 전기 신호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학습합니다. 뉴로모픽 칩의 가장 큰 장점은 기기 자체에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AI는 대부분 클라우드 서버에서 미리 학습된 모델을 스마트폰이나 로봇에 내려받아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뉴로모픽 칩은 기기가 직접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 로봇이 새로운 집에 가면 그 집의 구조와 장애물 위치를 스스로 학습해 청소 경로를 최적화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사용자가 자주 찍는 사진 스타일을 학습해 자동으로 색감과 밝기를 조절합니다. 이런 온디바이스 학습은 개인정보 보호에도 유리합니다.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보내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만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뉴로모픽 칩은 초저전력 특성 덕분에 배터리로 작동하는 기기에 이상적입니다. 스마트워치나 무선 이어폰처럼 작고 배터리 용량이 제한된 기기에서도 복잡한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자율주행 드론이나 로봇도 무거운 배터리 없이 오랫동안 작동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는 뉴로모픽 칩을 탑재한 소형 정찰 드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드론은 한 번 충전으로 기존 드론보다 3배 이상 오래 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AI 모델의 크기가 계속 커지면서 GPU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최신 거대 언어 모델을 구동하려면 수백 개의 GPU가 필요하고, 이들이 소비하는 전력은 작은 도시 하나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습니다. 반면 뉴로모픽 칩은 같은 작업을 훨씬 적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더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뉴로모픽 기술이 장기적으로 엣지 AI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엣지 AI란 클라우드가 아닌 현장의 기기에서 직접 AI를 구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작고 효율적이면서도 강력한 칩이 필요합니다. 뉴로모픽이 바로 그 조건을 충족하는 기술입니다.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습니다. 기존 AI 프레임워크인 텐서플로나 파이토치가 뉴로모픽 칩과 완벽하게 호환되지 않아 개발자들이 새로운 프로그래밍 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또한 대량 생산 기술이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뉴로모픽을 차세대 AI 칩의 핵심 기술로 보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PIM, 데이터를 움직이지 않고 계산하는 혁신적 발상

PIM은 메모리 내 연산을 뜻하는 Processing in Memory의 약자입니다. 이 기술은 컴퓨터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전통적인 컴퓨터에서는 연산을 담당하는 CPU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계산을 하려면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꺼내 CPU로 보내고, 계산 결과를 다시 메모리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폰 노이만 병목이라고 부르는데, 컴퓨터 과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폰 노이만이 설계한 구조의 근본적인 한계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AI 모델이 커지면서 이동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최신 언어 모델은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는데, 이 모든 데이터를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에서 계속 주고받다 보면 엄청난 시간과 전력이 소모됩니다. 실제로 AI 연산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70퍼센트 이상이 데이터 이동에 소비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PIM은 이 문제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메모리 칩 내부에 작은 연산 장치를 함께 넣어서 데이터가 저장된 바로 그 자리에서 계산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속도도 빠르고 전력 소비도 크게 줄어듭니다. 마치 물건을 사려고 매번 시장까지 가는 대신, 집 안에 편의점을 만들어놓은 것과 비슷합니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HBM-PIM이라는 이름의 이 메모리 칩은 기존의 고대역폭 메모리 안에 AI 연산 기능을 추가한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GPU와 함께 사용하면 기존보다 처리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지고 전력 소비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구글과 아마존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이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데이터센터에 도입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도 AI 서버용 PIM 기반 메모리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하이닉스는 GDDR 메모리에 PIM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 중이며, 이는 엣지 AI 기기나 자동차의 자율주행 시스템에 적합한 형태입니다. 인텔과 마이크론 같은 미국 기업들도 비슷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 PIM은 이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 분야가 되었습니다. PIM이 특히 빛을 발하는 곳은 대규모 AI 모델을 다룰 때입니다. 언어 모델이 문장을 이해하거나 이미지 인식 모델이 사진을 분석할 때는 행렬 곱셈이라는 연산을 엄청나게 많이 수행합니다. 이런 연산을 메모리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면 기존 GPU 방식보다 효율이 훨씬 높아집니다. 실제 테스트 결과를 보면 같은 AI 모델을 구동할 때 PIM을 사용하면 전력 소비가 40에서 60퍼센트 정도 감소한다고 합니다. 엣지 컴퓨팅 환경에서도 PIM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IoT 센서처럼 공간이 제한되고 전력 공급이 한정된 기기에서는 작고 효율적인 연산 구조가 필수적입니다. PIM은 별도의 큰 프로세서 없이도 메모리만으로 AI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 이런 환경에 딱 맞습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수많은 카메라와 센서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쏟아지는데, 이를 빠르게 처리해야 안전한 주행이 가능합니다. PIM을 사용하면 차량 내부의 여러 메모리 칩에서 동시에 연산을 수행해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PIM이 AI 하드웨어의 발전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빠른 프로세서를 만드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PIM은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컴퓨터 아키텍처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명적 변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향후 5년에서 10년 안에 대부분의 AI 전용 칩이 PIM 구조를 채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칩렛, 레고처럼 조립하는 맞춤형 AI 반도체

칩렛 구조는 반도체 설계의 발상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입니다. 지금까지 반도체는 하나의 큰 실리콘 웨이퍼 위에 모든 기능을 빼곡하게 집적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모놀리식 구조라고 부르는데, 마치 하나의 거대한 조각품을 통째로 깎아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문제는 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이런 방식의 한계가 명확해진다는 것입니다. 칩 크기가 커지면 제조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칩 전체를 버려야 합니다. 또한 최첨단 공정은 비용이 너무 비싸서 모든 부분을 최신 공정으로 만들면 가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갑니다. 칩렛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칩을 여러 개의 작은 칩으로 나누어 각각 따로 만든 다음, 나중에 하나의 패키지 안에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필요한 부품들을 조립하는 것이죠. 각 칩렛은 특정 기능만 담당합니다. 어떤 칩렛은 CPU 역할을, 다른 칩렛은 GPU나 AI 연산 전용 프로세서 역할을, 또 다른 칩렛은 메모리나 입출력 인터페이스 역할을 맡습니다. 이들은 고속 연결 기술로 서로 통신하면서 마치 하나의 칩처럼 작동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제조 비용이 크게 줄어듭니다. 작은 칩은 불량률이 낮고, 특정 부분만 최신 공정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저렴한 구형 공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필요에 따라 칩렛을 다르게 조합할 수 있어 맞춤형 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기본 칩렛을 사용하면서도 조합 방식에 따라 고성능 서버용, 저전력 모바일용, AI 전용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AMD는 이 분야의 선구자입니다. AMD의 라이젠 CPU와 에픽 서버 프로세서는 모두 칩렛 구조를 사용하는데, 이 전략 덕분에 AMD는 인텔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서버 시장에서 에픽 프로세서는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습니다. 인텔도 포베로스라는 이름의 3차원 칩렛 기술을 개발했고, TSMC는 CoWoS라는 고급 패키징 기술로 여러 칩을 하나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분야에서 칩렛의 잠재력은 더욱 큽니다. AI 응용 분야마다 필요한 성능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설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의 AI 서버는 막강한 연산 성능이 필요하므로 여러 개의 GPU 칩렛을 조합하고, 스마트폰의 AI 칩은 저전력이 중요하므로 효율적인 NPU 칩렛을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실시간 처리가 핵심이므로 빠른 연산 칩렛과 센서 인터페이스 칩렛을 함께 사용하는 식입니다. 칩렛 구조의 또 다른 매력은 서로 다른 종류의 칩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의 메모리 칩렛과 TSMC에서 제조한 GPU 칩렛, 인텔의 CPU 칩렛을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기존 CPU와 GPU에 뉴로모픽 칩렛이나 PIM 칩렛을 추가해 각 기술의 장점을 모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AI 칩도 가능합니다. 이런 이기종 통합은 칩렛 방식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단일 칩보다 여러 칩렛이 조합된 형태가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한 회사가 칩 전체를 설계하고 제조했지만, 칩렛 시대에는 여러 회사가 각자 전문 분야의 칩렛을 만들어 제공하고 이를 조합해 완제품을 만드는 생태계가 형성될 것입니다. 마치 스마트폰 부품을 여러 회사가 공급하듯이 말입니다. 이런 변화는 스타트업에게도 기회입니다. 과거에는 거대한 반도체를 통째로 설계하고 제조할 능력이 없으면 시장 진입이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특정 기능에 특화된 작은 칩렛 하나만 잘 만들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I 가속기 전문 칩렛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큰 투자를 유치하거나 대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산업의 혁신은 더 이상 단순히 더 빠르게 계산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뉴로모픽은 인간의 뇌처럼 효율적이고 스스로 학습하는 자율성을 제공하고, PIM은 데이터 중심의 구조로 근본적인 병목을 해결하며, 칩렛은 확장성과 맞춤형 최적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 세 가지 기술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AI 연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으며,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발전하며 보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래의 AI 칩은 이 세 기술을 모두 통합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칩렛 구조로 여러 모듈을 조합하되, 일부는 뉴로모픽 방식으로, 일부는 PIM 구조로 설계하는 식입니다. 각 기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전력 효율과 성능, 유연성을 모두 갖춘 차세대 AI 반도체가 탄생할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지속 가능한 AI의 미래를 여는 열쇠입니다. 현재의 GPU 중심 구조로는 AI가 발전할수록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이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뉴로모픽, PIM, 칩렛 같은 혁신 기술들은 같은 성능을 훨씬 적은 전력으로 구현할 수 있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더 지속 가능한 길을 제시합니다. AI 칩의 진화는 전력 효율과 구조적 유연성, 인간과 유사한 학습 능력을 모두 갖춘 지능형 하드웨어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AI가 물리적 한계를 넘어 진정으로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