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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심리상담 챗봇,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by 현큐레이터 2025. 10. 27.

LG유플러스는 마음관리 플랫폼 답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10여개 감정 중 자신에게 맞는 감정을 선택하고 2천자 이내의 일기를 쓰면 12시간 내로 마링이라는 챗봇이 답장을 보냅니다. SK텔레콤은 유쾌한프로젝트, 튜링바이오, 이몰로지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목소리나 얼굴 표정만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 징후를 파악하는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휴마트컴퍼니는 트로스트라는 모바일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통해 심리상담, 셀프케어, 마음관리 챗봇을 제공하며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으로도 확장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상냥이는 정서, 진로,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고 표준화된 척도에 기반하여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도록 돕습니다. 2020년 오라클이 국내 직장인 1천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약 87퍼센트가 심리치료사나 상담사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람의 판단이나 편견 없이 고민을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 때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우울감이나 불안, 스트레스 등 정서적인 문제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건강 전문가를 직접 만나 상담을 받기에는 시간, 비용, 심리적 부담 등의 이유로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 대신 이야기를 들어주는 AI 심리상담 챗봇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고,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지만, 과연 실제로 믿고 사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합니다.

심리상담 챗봇

AI 심리상담 챗봇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심리상담 챗봇은 사용자의 언어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정서적 피드백이나 조언을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대부분 자연어 처리 기술과 기계학습 기반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용자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감정 상태를 파악한 뒤 적절한 반응을 제시합니다. 사용자가 오늘 너무 우울해요라고 입력하면 단순히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을 넘어 우울감의 원인을 물어보거나 간단한 호흡법이나 마음 진정 기법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미국 워봇헬스가 개발한 워봇은 관계형 에이전트를 탑재하여 사용자와 장기적으로 사회적, 정서적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챗봇 형태로 내담자의 기분이나 상태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며 전 세계 135개국에서 매월 수십만명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천만 달러의 추가 투자 유치와 더불어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디지털 치료가 산후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인정받았습니다. 영국의 와이사는 인지행동치료와 명상 등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대화 기법을 통해 답변을 제공하며 기업, 학교, 보험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구성원의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투비 정신 건강 솔루션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했습니다. 최근에는 감정 분석 기술의 정교화로 인해 사용자의 말투, 단어 선택, 문장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감정의 강도나 위험 신호까지 파악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 위험 신호로 간주하고 긴급지원 서비스 정보나 전문 상담 연결을 권유하는 기능을 탑재하기도 합니다. 연세대는 인공지능학과와 심리학과가 협력해 카멜이라는 심리상담 챗봇을 개발했습니다. 단순히 내담자의 감정을 공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설계된 상담 기법을 바탕으로 내담자의 문제 해결을 돕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설계된 칵투스라는 대규모 상담 대화 데이터셋을 활용하여 상담가가 구체적인 상담 계획을 수립하고 대화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일부 챗봇은 대화 도중 마음 상태를 수치화해 보여주기도 하고 사용자의 기분 변화를 일별로 기록하여 감정 추이를 시각화하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일반인 입장에서 챗봇 상담의 장점과 기대 효과

심리상담 챗봇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담 예약을 잡을 필요도 없고 타인에게 고민을 드러내는 불편함 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심리불안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감정 표현이 서툴거나 사람과의 대면 상담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챗봇이 안전하고 익숙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와 울산과학기술원 연구팀은 소셜 챗봇과의 대화가 외로움과 사회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챗봇과 대화를 나눈 지 2주 만에 외로움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4주 후에는 사회불안도 유의미하게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챗봇에게 자신의 고민을 더 많이 털어놓은 사람일수록 외로움 감소 효과가 더 컸습니다. 단순히 이야기만 나눠도 감정이 정리되거나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반복적인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경험하는 사용자도 많습니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김혜원 교수는 잘 개발된 챗봇의 경우 사용자가 호소하는 심리적인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를 하는 역할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 쉽게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챗봇을 더 편한 대화 상대로 여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병적인 상태가 의심되면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겠다는 조언을 하는 등 정신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으며 실제 일부 연구에서는 챗봇이 우울, 불안과 같은 정신 문제를 선별하고 자살 위험을 감지하는 것에 효과가 있음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챗봇들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인지행동치료나 명상 기반 코칭 등 심리학 이론을 반영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과학적 상담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하루에 몇 분씩 짧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습관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정서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사용자들은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마음 상태를 돌아보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기로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챗봇 심리상담의 한계와 주의할 점

챗봇은 기술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한계도 분명 존재합니다. 첫 번째 한계는 감정의 미묘한 뉘앙스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성신여자대학교 이일구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인공지능과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해졌다고는 하나 기존의 개념적 감정 분류체계를 사용하여 입력문을 분석하는 챗봇의 경우 인식할 수 있는 감정의 종류가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용자가 농담조로 표현한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실제로 위험한 신호를 농담으로 인식해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언어모델은 때때로 내담자에게 동조하느라 심각한 망상을 바로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정서장애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3천4백여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 봤더니 챗봇 상담은 8주 후 유의미한 우울과 불안 감소 효과가 나타났지만 3개월 뒤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치료 도구로서는 한계가 명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챗봇과 대화한 후 자살한 청소년의 사례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윤리적, 법적 책임 문제입니다. 챗봇은 상담 자격이 있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상황을 오판했을 경우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챗봇의 조언을 참고용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중요한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미국심리학회는 챗봇이 공식적인 치료 도구로 인정받으려면 임상 시험과 미국식품의약국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세 번째로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입니다. 사용자의 심리 상태, 감정 기록 같은 민감한 정보가 저장되거나 분석되는 과정에서 보안이 철저하지 않으면 악용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일부 무료 앱은 사용자의 대화 데이터를 마케팅이나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이용 약관과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챗봇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응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김혜원 교수는 챗봇 사용이 정신건강 관리에 있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지나친 몰두는 오히려 해롭다며 특히 일반적인 인간관계나 치료 환경과 달리 챗봇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상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과도한 의존이 오히려 사회적 고립이나 집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심리상담 챗봇은 감정을 표현하고 정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정서 지원 도구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반복 사용이 가능하며 기본적인 위로와 조언을 통해 초기 정서적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워봇처럼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거나 와이사처럼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비투비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사례들은 이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감정의 깊은 맥락을 파악하거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8주간 효과가 있어도 3개월 후에는 효과가 사라지는 연구 결과나 자살 사례 같은 문제들은 이 기술이 인간 상담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 상담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챗봇은 어디까지나 첫걸음을 떼기 위한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은 충분하지만 중요한 문제일수록 전문가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향후 챗봇 사용과 관련된 논의와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