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게 물어보면 뭐든지 답을 알려주는 시대입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정보를 얻을 수 있고, AI가 요약해준 내용만 봐도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제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까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전문가들은 AI가 발전할수록 독서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합니다. 하버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AI 시대의 인간 역량은 기억력이 아니라 이해력이며, 복잡한 문제에 대한 윤리적이고 다층적인 접근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MIT 연구팀은 생성형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장기적으로 인지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연간 종이책 독서율은 32.3퍼센트에 불과합니다. 10명 중 7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OECD 보고서는 디지털 환경에서만 독서를 주로 하는 학생들이 종이책을 읽는 학생들보다 전반적인 독해력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짧고 빠른 정보에만 익숙해지면 문장 간의 관계를 파악하거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약해집니다. AI 시대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독서 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AI가 줄 수 없는 것, 깊이 있는 사고와 이해
AI는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요약하는 데 뛰어납니다. 하지만 AI가 만든 글은 정확하고 매끄럽게 보여도 감정의 뉘앙스나 문장에 담긴 깊은 의미까지 전달하지는 못합니다. 책을 읽는 행위는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다릅니다. 한 문장씩 읽어가며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고,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며,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느린 사고가 바로 깊이 있는 이해를 만듭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유튜브 책 요약 영상을 먼저 보여주고, 실제 책을 읽은 뒤 요약이 놓친 의미 찾기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 학생들은 영상만으로도 책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책을 읽고 나니 요약 영상이 줄거리만 전달했을 뿐 저자의 의도나 깊은 메시지는 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5분짜리 요약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통찰이 책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서울대 물리교육과 유준희 교수는 날마다 새로운 AI 기술이 나오는데 오늘 배운 것이 두 달 후에도 쓰일지 알 수 없으며, AI를 활용해 풀 수 있는 문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를 찾으려면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LG연암문화재단 박산순 팀장은 세상을 놀라게 할 기술은 현란한 기술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풀었느냐가 중요한데, 그 문제를 찾으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I가 답을 주는 시대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입니다. 좋은 질문은 다양한 경험과 생각에서 나오고, 그런 경험은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쌓을 수 있습니다. 책은 저자가 평생 고민하고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한 권을 읽으면 그 사람의 수십 년 경험을 몇 시간 만에 배울 수 있습니다.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
AI가 만든 답변은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정말 맞는지, 다른 관점은 없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서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의문을 품고, 다른 책의 내용과 비교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가는 과정이 바로 비판적 사고 훈련입니다. 전문가들은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비독서자에 비해 정보 처리 속도와 집중력이 높고, 스트레스가 낮으며,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독서는 뇌의 인지 기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에도 기여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는 경험을 반복하면, 현실에서도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AI 청소년 캠프에서는 학생들에게 일상 속 문제를 찾으라는 과제를 냈습니다. 책 정리의 불편함부터 알레르기 문제,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이런 문제 발견 능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평소에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상황을 접하고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본 경험이 쌓여야 가능합니다. 충남대 이형권 교수는 독서를 통해 자기 이해와 성찰을 수행함으로써 높은 인격체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책 속 인물들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성숙시켜가는 과정이 바로 독서의 힘입니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을 만들지만, 인간은 자신의 가치관과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판단합니다. 이런 윤리적 통찰과 가치 판단 능력은 다양한 독서 경험을 통해 길러집니다.
창의성과 상상력은 책에서 자랍니다
AI는 기존에 있던 데이터를 조합해서 결과물을 만듭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는 못합니다. 진정한 창의성은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며, 그 창의성은 풍부한 상상력에서 나옵니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글자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립니다. 등장인물의 얼굴을 상상하고, 배경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영상처럼 재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상력이 자랍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이미 만들어진 영상을 보여주지만, 책은 독자가 직접 상상하고 창조해야 합니다. 프랑스 문학 이론가 바슐라르는 책은 꿈꾸는 것을 가르쳐주는 진짜 선생이라고 말했습니다. AI 시대에 인간이 AI와 다른 존재가 되려면 인간다운 꿈꾸기가 필요하고, 그것은 독서에서 시작됩니다. 링컨 대통령은 한 권 읽는 사람은 책을 두 권 읽는 사람에게 지배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위대한 리더십도 독서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책은 선인들의 지혜와 당대인들의 시대 감각,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을 담고 있습니다. AI와 대화하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더 양질의 대화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기업들도 직원들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사내 도서관이나 북카페를 운영하고, 독서 모임을 만들며, 서평을 공유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서가 직원들의 창의성을 개발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직원들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내고,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4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에서 비독자의 독서 유인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한국에서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절반이 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디지털 의존을 완화하고 책 읽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독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집니다. AI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깊이 있는 이해와 비판적 사고, 창의성과 상상력은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책을 읽으면서 길러집니다. 하버드 교수가 강조한 이해력, MIT가 경고한 인지력 저하, OECD가 지적한 독해력 문제는 모두 독서의 중요성을 말해줍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잘 다루는 기술보다 좋은 질문을 만들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능력입니다. 책을 읽는 습관은 AI 시대를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