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편리함과 혁신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AI 비서에게 날씨를 물어보고, 출근길에 AI가 추천한 음악을 듣고, 업무 시간에는 AI의 도움으로 문서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AI에게 질문 한 번을 던질 때마다 엄청난 양의 전력이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국제에너지기구 분석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24년 415테라와트시에서 2030년에는 945테라와트시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일본 전체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AI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동시에 AI가 환경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기를 삼키는 AI 데이터센터
AI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챗GPT에 질문 한 번을 던지는데 약 2.9와트시의 전력이 소모되는데, 이는 일반 구글 검색보다 10배나 많은 양입니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7배에서 8배 많은 전력을 사용하며, 특히 GPU를 중심으로 한 연산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전체 전력 소비의 1.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지만, 2030년에는 3퍼센트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경우 더욱 심각합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약 180테라와트시에서 2030년에는 420테라와트시로 130퍼센트 증가할 전망이며, 이는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최대 12퍼센트에 해당합니다. 중국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2024년 대비 약 175테라와트시가 증가하여 170퍼센트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면서 전력망 불균형 문제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데이터센터가 주 전체 전력 소비의 2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50퍼센트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매년 30퍼센트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37.1퍼센트, 카카오는 79.6퍼센트나 증가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초대형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수억 명에게 실시간 추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고성능 가속 서버가 필수인데, 이 서버들의 전력 소비는 연평균 30퍼센트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과 환경 부담의 증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증가는 곧 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집니다. 전문가들은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로 인해 약 25억 톤의 탄소가 배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대형 AI 모델을 한 번 학습시키는데 약 5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는 자동차 112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같습니다. 전력 생산 방식에 따라 환경 부담이 달라지는데, 현재 미국은 천연가스 발전, 중국은 석탄 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탄소 배출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가스 발전은 약 175테라와트시 증가할 전망이며, 이는 주로 미국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 소비 문제도 심각합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냉각을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합니다. GPU는 고성능 연산을 수행하면서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냉각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물이나 전기가 소모됩니다. 일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에서 수십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을 소비하며, 냉각용 물 사용량도 중소 도시 전체 수준에 달합니다. 국내외 환경 단체들은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 에너지 및 환경 성능 지표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체적인 전력 사용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메타와 애플 같은 해외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별 전력 사용량을 공개하는 추세이지만, 국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6곳 중 구체적인 전력 사용량을 공개하는 곳은 LG CNS 한 곳뿐입니다. 지속 가능한 AI 발전을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AI 기술
역설적이게도 AI는 환경 문제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딥마인드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여 장비 교체 없이 시스템 변경만으로 냉방용 에너지를 최대 40퍼센트 절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구글은 지난 12개월 동안 제미나이 앱의 텍스트 프롬프트당 에너지 소비량을 33배, 탄소 발자국을 44배 감소시켰습니다. 국내에서 개발된 건물 통합관리시스템은 AI 자율운전 기술을 적용해 외부 기온과 습도, 재실자 활동 등을 실시간 분석하여 냉난방을 자동 조절합니다. 실제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 상업용 건물에 도입한 결과 냉방 에너지를 35.3퍼센트 절감했습니다. 전력망 관리에서도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AI는 스마트그리드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여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분배합니다. 한국전력공사는 AI 기반 에너지 결합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여 발전소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AI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AI는 일기예보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생산량을 예측하여 전력 공급망 통합을 최적화합니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AI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친환경 AI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내몽고와 귀주 지역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연계한 탄소제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텐센트는 66메가와트 규모의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연간 7천만 킬로와트시의 녹색전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AI 절약 모드를 탑재한 가전제품을 출시하여 에너지 사용량을 10퍼센트 줄이는 등 에너지 효율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AI와 환경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AI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탄소를 배출하지만, 동시에 에너지 효율화와 탄소 감축의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분의 절반은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가 충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5년에는 55퍼센트 이상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으로 공급될 전망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 발전과 환경 보호를 어떻게 균형있게 추진하느냐입니다. 고효율 반도체 개발, AI 모델 최적화, 재생에너지 확대, 투명한 데이터 공개 등 다각도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AI는 환경의 적이 아닌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의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