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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다음은 양자컴퓨터, 꿈의 컴퓨터가 바꿀 세상

by 현큐레이터 2025. 11. 13.

2024년이 인공지능의 해였다면 2025년은 양자컴퓨터의 해입니다. UN이 2025년을 세계 양자기술의 해로 지정한 가운데,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도 양자컴퓨팅이 중요 주제로 다뤄졌습니다. 지난해 12월 구글이 양자 칩 윌로우를 공개했을 때 모기업 알파벳 주가가 6퍼센트나 올랐고, 올해 미국 증시에서 아이온큐와 디웨이브 같은 양자컴퓨터 기업 주가가 수백 퍼센트 급등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코위버, 케이씨에스 같은 관련주들이 올해 52주 신고가를 여러 차례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양자컴퓨터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난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24년 양자컴퓨팅 분야 투자금이 사상 최고치인 15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3년의 거의 두 배이며 이전 기록인 2022년의 9억 6천 3백만 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하이페리온 리서치는 2024년 전 세계 양자컴퓨팅 시장이 10억 달러에 도달했으며 2026년에는 1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국내 시장도 2024년 789억 원에서 연평균 22.1퍼센트 성장해 2031년 3천 197억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는 도대체 무엇이고, 왜 이렇게 주목받는 걸까요. AI 시대에 양자컴퓨터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양자컴퓨터

슈퍼컴퓨터가 1억 년 걸릴 문제를 5분에 푸는 기술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를 활용한 컴퓨터입니다. 기존 컴퓨터가 0 또는 1이라는 두 가지 상태만 가지는 비트를 사용한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큐비트를 사용합니다. 이를 양자 중첩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여러 큐비트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처럼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양자 얽힘 현상도 활용합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양자컴퓨터는 여러 계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서 기존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릅니다. 구글이 지난해 12월에 공개한 윌로우 칩은 현재 슈퍼컴퓨터가 10의 25제곱 년 걸려 푸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10의 25제곱 년이면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긴 시간입니다. IBM은 433개의 큐비트를 가진 오스프리 칩을 이미 선보였고, 올해 안에 4천 개의 큐비트를 가진 하드웨어를 공개할 계획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외부 환경 요인에도 안정성을 강화한 마요라나 1 칩을 발표했고, 아마존은 양자 오류 수정 비용을 최대 90퍼센트 절감할 수 있는 오셀롯 칩을 내놓았습니다. 한국도 뒤처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2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 50큐비트 개발 중이며, 2035년 상용 양자컴퓨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는 IBM 퀀텀 원이 가동을 시작해 한국도 본격적으로 양자컴퓨터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양자내성암호를 탑재한 보안 칩을 개발했고, SK텔레콤은 양자내성암호를 응용한 하이브리드 암호장비를 공개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이렇게 빠른 이유는 계산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존 컴퓨터는 문제를 하나씩 순서대로 풀어가지만, 양자컴퓨터는 여러 경로를 동시에 탐색합니다. 마치 미로를 빠져나갈 때 한 사람이 모든 길을 차례로 시도하는 것과 수천 명이 동시에 다른 길을 시도하는 것의 차이라고 보면 됩니다.

AI와 만나면 더 강력해지는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인공지능과 결합했을 때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AI는 막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많은 시간과 전력이 필요합니다. 챗GPT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고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비합니다. 양자컴퓨터는 대규모 데이터에서 패턴을 식별하고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는 데 뛰어나서, 머신러닝 모델의 학습 속도와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킵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양자 업계 리더의 55퍼센트는 이미 지난해 비즈니스 현장에 양자 기술을 적용한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23년 33퍼센트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오라클은 지난해 클라우드 양자 기업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발표했고, 사용자들이 양자컴퓨팅을 통해 AI, 최적화, 머신러닝 같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퀀텀 엘리먼트라는 양자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올해 상용화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스템은 일반 클라우드 컴퓨팅 및 AI 도구와 함께 작동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기존 운영에 양자 기능을 쉽게 통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성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컴퓨터와 AI를 활용해 리튬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를 발견했습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수십 년이 걸릴 연구를 단기간에 해낸 것입니다. 양자 머신러닝이라는 새로운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자컴퓨팅의 원리를 머신러닝에 적용한 것으로, AI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도 양자컴퓨팅 활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금융 모델링, 위험 관리, 포트폴리오 분석, 신용 평가 등을 양자컴퓨터로 처리하면 훨씬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을 바꿀 양자컴퓨터의 활용

양자컴퓨터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료와 제약 분야에서는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복잡한 화학 반응과 물질 구조, 약물의 효능을 빠르게 예측하고 평가해서 최적의 후보 물질을 탐색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합니다. 기존에는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이상이 걸리고 수조 원의 비용이 들지만,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이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기후 대응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탄소포집 흡착제 개발, 탈탄소 촉매 개발에 활용될 수 있고, 미분방정식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서 풍력발전, 열전달, 기상예보 같은 분야에도 도움을 줍니다. 더 정확한 기후 예측으로 자연재해에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물류와 교통 분야에서는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강점을 보입니다. 수천 대의 배송 트럭이 수만 개의 배송지로 가는 최적 경로를 찾거나, 도시 전체의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일은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이 너무 복잡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여러 경로를 동시에 탐색할 수 있어서 최적의 해답을 빠르게 찾아냅니다. 자율주행 기술도 양자컴퓨터와 결합하면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양자컴퓨터의 빠른 연산 능력이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도전 과제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큐비트의 불안정성입니다. 큐비트는 외부 환경에 매우 민감해서 온도, 진동, 전자기파 같은 요인에 쉽게 영향을 받아 오류가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오류 수정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큐에라라는 기업은 8개의 물리적 큐비트만으로 안정적인 논리적 큐비트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양자 알고리즘 개발도 필요합니다. 현재 AI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을 양자컴퓨팅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양자컴퓨팅에 맞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합니다. 보안 문제도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현재의 암호화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어서 위협이 되지만, 동시에 양자내성암호 같은 새로운 보안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닙니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2030년 이전을 상용화 목표로 삼고 있고,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이미 비즈니스 현장에서 양자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맥킨지는 2030년경 운영되는 양자컴퓨터가 약 5천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많지 않은 숫자 같지만, 이 5천 대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2025년은 양자기술의 해입니다. AI가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기술이라면, 양자컴퓨터는 그 AI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줄 초고속 엔진입니다. 신약 개발부터 기후 대응, 금융 서비스, 자율주행까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양자컴퓨터 분야는 아직 누구도 결정적 우위를 잡지 못한 초기 단계입니다. 한국도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면 선두로 도약할 기회가 충분합니다. AI 다음에 올 기술 혁명의 주인공은 바로 양자컴퓨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