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로 첨단 AI 칩을 구할 수 없게 된 중국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포기하거나 굴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독자적인 AI 기기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화웨이를 중심으로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대체 칩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정부는 IoT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확장하며 AI 기기를 산업과 도시 곳곳에 심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미국 기술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중국은 자국 기술만으로 작동하는 완전히 독립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기술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화웨이, 제재를 극복하고 AI 자립 생태계의 중심에 서다
화웨이는 한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까지 올랐던 기업입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쓸 수 없게 되었고, 퀄컴의 칩도 살 수 없었으며, TSMC도 화웨이의 주문을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화웨이의 몰락을 예상했지만, 화웨이는 오히려 이 위기를 기술 자립의 기회로 바꾸었습니다. 화웨이의 대응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센드 시리즈 AI 칩입니다. 이 칩은 엔비디아의 GPU를 대체하기 위해 화웨이가 자체 설계한 고성능 AI 가속기입니다. 어센드 910은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용도로, 어센드 310은 엣지 기기에서 AI 추론을 수행하는 용도로 각각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물론 성능면에서 아직 엔비디아의 최신 칩만큼은 아니지만,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주요 클라우드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는 이미 어센드 칩을 자사 데이터센터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또한 아틀라스라는 AI 서버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것은 어센드 칩을 여러 개 연결해 하나의 강력한 AI 컴퓨팅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부터 기업 내부 서버까지 다양한 규모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아틀라스는 단순히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AI 모델 개발 도구인 마인드스포어와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마인드스포어는 텐서플로나 파이토치 같은 AI 프레임워크인데, 화웨이 칩에 최적화되어 있어 효율이 매우 높습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화웨이의 회복은 놀랍습니다. 미국의 제재로 한때 스마트폰 사업이 거의 중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최근 기린 칩을 다시 생산하면서 반격에 나섰습니다. 기린 9000S는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인 SMIC에서 만들어지는데, 미국의 최첨단 장비 없이 구형 공정으로 제조했음에도 상당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이 칩은 5G를 지원하고 AI 기능도 강력해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실제로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은 출시 즉시 품귀 현상을 빚었고, 애플의 아이폰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화웨이의 전략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하모니OS입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쓸 수 없게 되자 화웨이는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단순히 스마트폰용이 아니라 태블릿, 스마트워치, 차량, IoT 기기까지 모두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했습니다. 하모니OS를 사용하면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시작한 작업을 태블릿으로 이어서 하거나, 차량의 내비게이션과 자동으로 연동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애플의 생태계 전략과 비슷하지만 중국 시장에 맞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화웨이는 하모니OS를 다른 중국 기업들에게도 개방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백 개 기업이 하모니OS 기반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가전제품부터 산업 장비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이런 노력을 적극 지원합니다. 화웨이의 연구개발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공공기관과 국영기업들이 화웨이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장려하며, 해외 기업의 견제에 대해서는 외교적으로 대응합니다. 화웨이는 이제 단순한 통신장비 제조사가 아닙니다. AI 칩부터 운영체제, 클라우드 서비스, 스마트 기기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 기술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제재가 화웨이를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하고 독립적인 기업으로 만든 것입니다. 화웨이의 성공은 중국의 다른 기술 기업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으며,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첨단 기술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대체칩 개발, 기술 봉쇄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는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 전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를 구매할 수 없게 되자 중국의 AI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재는 중국이 자체 반도체 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이라는 이름의 펀드가 조성되었는데, 1차와 2차를 합쳐 30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60조원 규모입니다. 이 돈은 반도체 설계, 제조, 장비, 소재 등 모든 분야에 나누어 투자됩니다. 캠브리콘은 중국의 대표적인 AI 칩 스타트업입니다. 이 회사는 신경망 연산에 특화된 MLU 시리즈 칩을 개발했는데, 이미지 인식이나 자연어 처리 같은 AI 작업에서 높은 효율을 보입니다. MLU370은 서버용 고성능 칩으로 여러 개를 연결해 대규모 AI 학습을 수행할 수 있고, MLU220은 엣지 기기용으로 작고 전력 소비가 적으면서도 상당한 연산 능력을 제공합니다. 캠브리콘 칩은 이미 중국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보안 카메라 시스템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바이렌은 GPU 스타일의 범용 AI 칩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들의 BR100과 BR104 칩은 병렬 연산 능력이 뛰어나 대규모 언어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적합합니다. 챗GPT 같은 거대 AI 모델을 만들려면 엄청난 연산 능력이 필요한데, 바이렌은 이런 수요를 겨냥합니다. 물론 아직 엔비디아의 H100만큼은 아니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중국 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바이두와 알리바바 같은 기업들이 바이렌 칩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향후 대량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알리바바의 반도체 부서인 T-헤드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은 RISC-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칩을 개발하는데, RISC-V는 오픈소스 칩 설계로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 칩들은 대부분 ARM이나 인텔의 설계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하고 미국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RISC-V는 완전히 자유롭습니다. T-헤드의 현장 시리즈 칩은 이미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용되고 있으며, 다른 중국 기업들에게도 공급됩니다. 중국 정부는 RISC-V를 국가 표준으로 채택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자율주행차 전용 AI 칩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저니 시리즈 칩은 차량의 카메라와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칩은 이미 중국의 여러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되고 있으며, 지리자동차와 체리자동차 같은 브랜드의 전기차에 탑재되어 있습니다. 호라이즌은 최근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체칩 기업들의 성장은 단순히 엔비디아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국 시장의 특성에 맞춘 독특한 설계를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낮추거나, 특정 AI 알고리즘에 최적화해 속도를 높이는 식입니다. 또한 중국어 처리에 특화된 기능을 넣기도 합니다. 중국의 대체칩 전략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제조 기술입니다. 칩을 설계하는 것과 실제로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최첨단 칩을 만들려면 극자외선 노광장비 같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데, 네덜란드의 ASML이 만드는 이 장비는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에 수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SMIC 같은 중국 파운드리 기업들은 구형 장비로도 상당한 성능의 칩을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수준의 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자체 노광장비 개발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언젠가는 제조 기술에서도 독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중국의 대체칩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미국 제품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중국만의 독특한 AI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IoT 융합 전략, AI 기기를 산업과 도시 전체로 확장하다
중국의 AI 전략은 단순히 좋은 칩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칩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중국은 IoT를 통해 AI 기기를 산업과 도시의 모든 곳에 배치하고 이들을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는 이 전략의 핵심입니다. 중국은 이미 수백 개 도시에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수천 개의 카메라와 센서가 교통 흐름과 대기질, 소음 수준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합니다. 이 데이터는 AI로 분석되어 교통 신호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사고 위험을 예측하며, 범죄를 감시합니다. 항저우나 선전 같은 도시에서는 시티 브레인이라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것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관리하는 AI 플랫폼입니다. 교통이 막히면 자동으로 우회로를 안내하고, 응급차가 출동하면 가는 길의 신호등을 미리 파란불로 바꿔주며, 화재나 침수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즉시 감지해 대응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도시 운영 효율을 크게 높이고 시민들의 편의를 개선한다고 평가받지만, 동시에 감시 사회를 만든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산업 분야에서도 IoT와 AI의 결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제조 기업들은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공장의 모든 기계에 센서를 부착하고 AI 칩을 내장해 기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합니다.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거나 진동이 커지면 AI가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미리 정비를 요청합니다. 생산 라인의 속도와 품질을 자동으로 조절해 불량률을 최소화하고 전력 소비를 줄입니다. 실제로 많은 중국 공장들이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한 후 생산성이 20에서 30퍼센트 향상되었다고 보고합니다. 농업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농업 국가이지만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농업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논밭에 센서를 설치해 토양의 수분과 영양분 상태를 측정하고, 드론이 상공에서 작물의 생육 상태를 확인합니다. AI가 이 데이터를 분석해 언제 물을 주고 비료를 뿌려야 할지 알려줍니다. 일부 농장에서는 로봇이 자동으로 수확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술은 물과 비료 사용을 줄이면서도 수확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물류 분야도 AI와 IoT의 주요 적용 분야입니다. 알리바바와 징동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거대한 물류 창고를 운영하는데, 여기서는 수천 대의 로봇이 24시간 일합니다. 로봇들은 AI로 제어되어 창고 안을 돌아다니며 상품을 찾아 포장 구역으로 옮깁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최종 검수와 예외 상황 처리 정도입니다. 이런 자동화 덕분에 중국 전자상거래는 주문 후 몇 시간 만에 배송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교통 분야에서는 자율주행과 스마트 도로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는 자율주행 택시와 버스가 시범 운행되고 있으며, 일부 구역에서는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도로에는 센서와 통신 장비가 설치되어 차량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앞에 사고가 났다거나 도로 공사 중이라는 정보를 차량에 미리 알려주는 식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IoT 기반 AI 인프라 구축을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인프라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향후 10년간 수조 위안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5G 네트워크 확충, 데이터센터 건설, AI 칩 개발, IoT 센서 배치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투자가 아니라 중국 경제와 사회 전체를 AI 기반으로 전환하려는 거대한 프로젝트입니다. 중국의 IoT 전략이 성공하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지능화된 국가가 될 것입니다. 모든 기기가 연결되고 AI로 제어되는 사회에서는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 프라이버시와 자유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중국은 AI 기기와 IoT를 통해 미래 사회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 영향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립과 확장, 중국 AI 전략의 두 얼굴
중국의 AI 기기 전략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독립과 확장입니다. 미국의 기술 봉쇄로 시작된 위기를 자립의 기회로 바꾸었고, 이제는 그 자립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사회 전체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칩부터 운영체제, 클라우드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수많은 대체칩 기업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혁신을 이루며 중국만의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정부는 IoT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구축하며 AI 기기를 산업과 도시의 구석구석까지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서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AI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 경쟁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기술을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중국의 방식은 효율성과 통제를 우선시하는 모델이고, 이것이 성공한다면 많은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길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중국은 AI를 단순한 기술 산업이 아닌 국가 시스템의 일부로 흡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국 중심의 지능형 사회 인프라를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 세계는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와 중국 중심의 AI 생태계로 나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경계선은 기술뿐 아니라 가치관과 정치 체제의 차이까지 반영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