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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AI, 한국이 준비해야 할 기술 주권

by 현큐레이터 2025. 11. 1.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린 APEC 행사 기간 중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글로벌 및 국내 기술 리더들이 참여한 회동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 최태원 회장, 현대차 정의선 회장, 네이버 이해진 의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저는, 이 회동에서 이해진 의장이 강조한 소버린 AI라는 개념을 특히 주목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이슈를 넘어, 국가 단위의 AI 주권, 기술 독립성, 글로벌 전략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특정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생존과 경쟁을 걸고 준비해야 할 핵심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소버린 AI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소버린 AI는 말 그대로 주권을 가진 인공지능을 뜻합니다. 즉, 외국 기업의 기술이나 데이터,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이 독자적으로 AI를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과 체계를 갖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존에는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일부 글로벌 테크 기업이 AI 기술을 주도해왔고,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들은 이 기술을 가져다 쓰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기술 안보나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 근본적인 취약성을 내포합니다. 외부 기술에 의존하면, AI 기반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정책 결정, 군사 안보, 교육, 의료, 법률 등 핵심 영역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해진 의장은 이번 회동에서 500년에서 1000년 뒤 데이터는 국가의 문화유산이 된다며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네이버의 기업 전략을 넘어, 한국이 AI 시대의 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국가 전략으로 소버린 AI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번에 소버린 AI 2.0이라는 진화된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소버린 AI 1.0이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중심으로 한 AI 기술 주권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소버린 AI 2.0은 이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확장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 단계 진화한 개념입니다. 지금까지는 효율성과 접근성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통제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이 핵심이 될 것이며, 이 둘은 결국 자국 주도 AI 인프라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소버린 AI는 민간 기술 경쟁이 아니라, 정부, 산업계, 시민이 함께 공론화해야 할 새로운 공공 전략이 되어야 합니다.

경주 회동에서 오간 AI 기술 주권 논의

10월 31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의 회동에는 한국 AI 산업을 대표하는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젠슨 황은 한국이 깊은 기술 역량, 혁신적 기업가, AI 팩토리를 모두 가진 나라라며 세계 최고의 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AI 기술의 글로벌 확산과 생태계 분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특정 국가나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기술 공급망 구축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과 엔비디아가 25년 넘게 함께했다며 생성형 AI,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6G, 신약 개발, 슈퍼컴퓨터 등 전 영역에서 협력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해진 의장은 소버린 AI 개념을 명확히 언급하며, 단순한 기업 차원의 경쟁이 아니라, 한국이 AI 분야에서 스스로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술 독립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이 보여주듯 AI가 실제 산업 현장과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네이버가 AI와 클라우드 기술로 기업이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하고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회동에서는 실질적인 협력도 발표되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엔비디아는 피지컬 AI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기술에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와 아이작 심 플랫폼을 결합하여 반도체, 조선, 에너지 등 국가 주력 산업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엔비디아는 한국에 GPU 26만 장을 공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중 정부가 소버린 AI 분야 육성을 위해 확보한 약 5만 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민간에 공급됩니다. 이 논의는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서, 한국이 AI 기술의 소비국이 아닌 설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국가 리더가 직접 듣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AI는 더 이상 단일 기업의 경쟁 요소가 아니라, 국가 산업 구조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전략 기술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의 AI 생태계는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습니다.

민관이 함께 준비하는 AI 주권 확보 전략

소버린 AI 개념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민간의 기술력이 동시에 작동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과학AI연구소와 국가AGI연구소 설립을 추진 중이며 국가AI전략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은 지난 9월 글로벌 AI 기술력 평가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로 조사될 만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일반인공지능, AI 반도체, 피지컬 AI, 과학을 위한 AI, 국방 AI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사람 중심의 AI 기본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업과 산업 전반의 독자적 AI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최신 엔비디아 GPU 5만 개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카카오 등 국가 독자 클라우드 기업들은 엔비디아 블랙웰 등 GPU 1만 3천 개를 초기 도입하여 컴퓨팅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후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등을 통해 수년간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모델 오픈소스 공개, 국가 AI 프로젝트 연계,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하며 산업, 학계, 연구기관 전반의 협력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조선, 에너지, 바이오 등 주요 산업별 특화 AI 적용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을 주도해,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AI 기술이 빠르게 자리 잡도록 지원할 방침입니다. SK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와 협력하여 울산에 약 7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며, 이 인프라는 정부의 소버린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도 활용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도 AI는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하고 진화할 것이라며 한국이 AI 발전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기술과 사회적 병목현상을 푸는 테스트 베드가 되며 전 세계 AI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기술 구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며, 특히 클라우드와 GPU 인프라, 학습용 대규모 데이터 확보 등에서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소버린 AI는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서 정책, 제도, 사회적 논의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려면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균형, 공공데이터의 AI 학습 활용 허용 범위 등의 민감한 이슈가 동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와 법제화도 필요합니다.

소버린 AI 실현을 위한 향후 과제

이번 APEC 회동을 통해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이 가시화되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먼저 GPU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요구됩니다. 엔비디아가 26만 장의 GPU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 전력 공급, 냉각 시스템 등의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일정 부분 클라우드 인프라를 공공 자산으로 구축하거나, 기업에 세제 혜택과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등의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둘째, AI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합니다. 과학AI연구소와 국가AGI연구소 설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로 글로벌 수준의 AI 연구자와 개발자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해외 인재 유치와 국내 인재 육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며,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의 협력을 통한 실전형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셋째,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이 중요합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대표적이지만, 이를 넘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특화 모델들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이해진 의장이 강조한 것처럼, 현재까지의 기술은 영어 중심의 글로벌 모델에 비해 한국어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한계가 있습니다. 넷째, 국제 협력도 필요합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풀스택 AI 서비스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일본 등 전 세계 각국의 AI를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버린 AI가 폐쇄적인 기술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협력을 주도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해진 의장이 제안한 소버린 AI는 단순히 국가 안보적 개념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디지털 주권을 가질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사회적 제안이기도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민간과 정부가 함께 설계하는 기술 주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며, 한국이 글로벌 기술 질서 속에서 독자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도래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