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이나 증권사 앱을 열면 눈에 띄는 변화가 있습니다. 복잡한 금융 상담을 24시간 챗봇이 처리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AI가 추천하며, 대출 심사가 몇 분 만에 완료됩니다. 이 모든 것이 인공지능 기술 덕분입니다. 금융권에서 AI 도입이 시작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2022년 이후 대규모 언어모델 기반의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그 활용 범위가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 분야의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2023년 8억 4750만 달러에서 2024년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33년에는 10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제증권관리감독기구 조사에서 금융기관들은 AI를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많이 활용하며, 알고리즘 트레이딩, 로보어드바이저, 감독, 거래 처리 순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단순 패턴 인식과 예측 모델링에 머물렀던 AI가 이제는 자연어를 이해하고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국내 금융당국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24년 12월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AI 플랫폼 구축, 금융 특화 데이터 제공,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통해 금융사들의 AI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금융 서비스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고객에게는 더 편리하고 빠른 서비스를, 금융사에게는 업무 효율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주요 금융사들의 AI 플랫폼 구축 경쟁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앞다퉈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2025년 4월 금융권 최초로 외부 생성형 AI인 GPT 모델을 탑재한 생성형 AI 금융지식 QA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약 10만 건의 방대한 은행 업무 지식을 GPT 모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비하고, 매일 업데이트되는 최신 문서를 즉시 반영하도록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직원용 AI 업무비서 플랫폼 AI ONE에 이 서비스를 탑재해 직원들이 고객 상담 시 상품 내용과 업무 규정, 금융 정보 등을 질의응답 방식으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한은행은 또한 AI 뱅커를 탑재한 150여 대의 디지털 데스크를 영업점에 배치했고, AI 뱅커로 운영되는 무인점포 AI 브랜치를 오픈해 64개 창구 업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그룹은 2025년 8월까지 생성형 AI 플랫폼 젠-AI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 플랫폼은 조직 내부에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 기반을 마련해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전통적인 금융지주사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활용해 그룹 공통 플랫폼 기반의 AI 혁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과 증권 등 2금융권의 계열사들도 AI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며 궁극적으로 AI 기반의 플랫폼 금융을 구현하려는 움직임입니다. KB금융그룹도 2025년 5월 금융권 최초로 에이전틱 AI 기반의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인 KB GenAI 포털을 오픈하며 9개 계열사가 함께 활용하는 통합 AI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각자의 전략에 따라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그룹 차원의 통합 접근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현장에서 활용되는 AI 서비스들
금융사들이 구축한 AI 플랫폼은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고객 응대 서비스입니다. 과거 단순 FAQ만 처리하던 챗봇이 이제는 복잡한 금융 상담까지 처리하며 24시간 고객을 지원합니다. KB국민은행의 리브 넥스트를 비롯해 각 금융기관들이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한 고객 상담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면서 번역 서비스도 중요해졌는데, KB국민은행이 개발한 KB AI Translator는 한국어, 영어, 인도네시아 바하사, 크메르어 등 4개 언어의 다방향 번역을 제공하며 국내 체류 외국인 260만 명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금융 사기 방지 분야에서도 AI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 기반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은 고객의 평소 거래 패턴을 학습해 비정상적인 지출이 발생하면 즉시 경고를 보냅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MIND 시스템은 초당 6.4테라비트의 처리량으로 실시간 거래 사기를 탐지하며 기존보다 800배 이상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대출 심사 영역에서는 AI 신경망을 활용해 고객의 신용도를 신속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며칠씩 걸리던 대출 심사가 이제는 몇 분 만에 완료되며,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가 가능해졌습니다. 증권사에서는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AI가 실시간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 전략을 제시하고, 고객의 투자 성향과 목표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합니다. 보험사에서는 AI를 활용한 언더라이팅 자동화와 보험금 청구 심사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이 최근 선보인 AI 민원 해결 도우미는 고객의 녹취 데이터를 AI가 자동 분석해 민원 유형을 분류하고 처리 가이드를 실시간으로 제공합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AI 도입 지원 정책
금융사들의 AI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12월 금융권 AI 협의회를 개최하고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금융사들이 상용 AI와 오픈소스 AI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활용할 수 있도록 투 트랙 체계를 마련한 것입니다. 먼저 2025년 상반기까지 금융권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을 구축합니다. 신용정보원과 금융보안원, 전문기업이 주도하여 전문가 그룹이 선별한 오픈소스 AI 모델을 내부망에 바로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AI 모델과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조합을 탐색할 수 있는 개념증명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 플랫폼이 마련되면 금융사들은 자체적으로 수많은 오픈소스 AI 모델의 보안 안정성을 확인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부담 없이 검증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로 금융권 특화 한글 말뭉치를 구축해 제공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업권별 협회, 금융연수원, 보험연수원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금융 법규 및 가이드라인, 업권별 보도자료, 연수자료 등을 기반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의 정확한 답변을 유도할 수 있는 검색 증강 생성용 데이터와 AI 성능 및 윤리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평가지원 데이터를 2025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세 번째로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을 개정합니다. 금융권 AI 협의회 논의를 통해 마련한 금융 AI 7대 원칙을 바탕으로 구체적 내용을 담은 안내서를 2025년 상반기 안에 제시할 계획입니다. AI 윤리 원칙과 단계별 위험 관리, 고객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책임감 있는 AI 활용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2024년 8월 발표된 금융분야 망 분리 개선 로드맵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하여 인터넷 환경에서 제공되는 상용 AI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24년 12월 기준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건수가 141건에 달할 정도로 금융사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금융권의 AI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AI 기술은 단순히 업무를 효율화하는 도구를 넘어 금융 서비스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콜센터에 전화해야만 해결할 수 있었던 복잡한 금융 업무들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24시간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금융사 입장에서는 인력을 보다 전문적이고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AI 기술은 금융 소외계층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국어 번역 서비스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음성 인식 기반 서비스는 시각 장애인들의 금융 이용을 돕습니다.
AI 기반 신용평가는 전통적인 신용등급으로는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청년층과 자영업자들에게도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합니다. 금융 산업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AI가 기존 인력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노동력의 변화와 직무 재편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가 처리하고, 사람은 복잡한 상담과 의사결정, 고객 관계 관리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AI 기술은 더욱 진화할 것입니다. 현재의 생성형 AI에서 자율적 판단과 문제 해결이 가능한 에이전틱 AI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으며, 금융사들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금융사들의 과감한 투자가 맞물리면서 한국 금융 산업의 AI 혁신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객에게는 더 편리하고 안전하며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가, 금융사에게는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는 새로운 금융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